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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한강', 수업시간에는 가르쳐 주지 않는 이야기

뽕다르 2008. 8. 25. 21: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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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남지 않은 방학 알차게 마무리하기 위해서 소설책을 하나 골라 잡았습니다. 조정래의 '한강'입니다. 장편 소설이지만 꼭 한번 보고 싶었기 때문에 가볍게 1권을 집어 들었습니다. 1권 내용중에 흥미로운 부분이 있어서 한번 적어 봤습니다.

『다 깨어지는 때에 혼자 성키 바랄소냐.
금이야 갔을망정 벼루는 벼루로다.
모른 듯 단단한 속을 알 이 알까 하노라』

국어 선생이 운율을 맞추어 시조를 읽었다.
『무슨뜻인지 알겠나? 』
국어 선생이 책을 내리며 물었고, 학생들은 조용했다.
『이건 친일을 안 할 수 없었던 입장을 변호하는 시다. 그럼 다음 시로 넘어간다.』
그때 한 학생이 팔을 번쩍 들어 올렸다. 이미 책장을 넘긴 학생들의 눈길이 그쪽으로 쏠렸다.
『왜 이런 친일파의 시조가 교과서에 실려 있는겁니까?』
『왜 이런 게 교과서에 실렸냐구? 에에 ......., 그게 말야.... , 그게 그러니까.....』
『좋아 이건 숙제다. 모두 다음 시간까지 알아오도록』

(중략)

담배에 불을 붙이느 이규백의 얼굴은 처음의 흐릿하던 얼굴이 아니었다. 『자아, 나도 다 아는건 아니고, 아는데까지만 애기할 테니까 들어봐라. 우리나라가 해방되었을 때, 왜놈들 편에서 앞잽이 노릇을 했던 친일파와 민족 반역자들은 대략 160만 명쯤 되었다. 그놈들은 당연히 법에 따라 처벌을 했어야 하는데 미군정에서 과거를 불문한다하면서 그놈들을 다시 써먹었지. 독립투사들을 고문했던 고등계 형사 출신 놈들이 다시 경찰 노릇을 하고, 총독부 관리질을 해먹었던 놈들이 다시 공부원 노릇을 해먹는 꼴이 된거야. 더 기막힌 건 말이야. 왜놈들이 비워 놓고 간 높은 자리에 그런 놈들이 승진까지 되는 판이었지. 미군정은 자기들 뜻대로 남쪽을 지배하기 위해 앞잽이들이 필요했던 것이교, 꼼짝없이 감옥살이를 할 줄 알았던 그 놈들은 자기들의 구세주인 미군정에 충성을 다바치고. 아주 궁합이 잘 맞았던 거야. 그러나 그런 부당한 처사에 대한 국민들의 원성과 반발이 격력해 48년 8월 15일 대한민국을 수립하자마자 9월7일 국회에서 반민족행위처벌법을 통과시키게 되었지. 그리고 49년 2월부터 반민 특위가  본격적으로 활동을 개시하면서 화신백화점사장 박흥식, 문필가 이광수, 최남선, 고등계 형사 노덕술 같은 자들이 속속 체포되기 시작했지. 그러나, 위기를 느낀 왜경 출신 경찰 간부들이 주동해서 반민특위를 습격하고 폭력을 휘두르는만행이 벌어졌어. 이승만 정권은 그 엄청난 폭거를 묵인했고, 결국 반민특위는 49년 8월 말로 해산되고 말았지. 그 뒤로 친일파 민족반영자들의 천국이 되어버린거야. 국가의 3대 기구인 입법,사법,행정부는 말할 것도 없고 교육계, 예술계, 그리고 사업가들까지 실권은 모두 그놈들이 장악했지. 그래서 제놈들 입장을 변호하고, 반감을 없앨 목적으로 그런 시조까지 교과서에 실리는 음모를 꾸민거야. 너희 국어 선생이 대답을 피한것도 비겁하긴 하지만 딱하기도하지. 교장부터가 친일파일 거고, 친일파를 매도하는 교육을 했다는 게 상부에 알려지면 공립학교 선생 목숨은 하루아침이야. 그리고, 친일파들이 제일 싫어하고 미워하는 존재가 누구겠냐? 도둑놈들이 경찰을 싫어하듯 독립운동가나 그 집안 아니겠어? 6.25 직전까지 독립운동했다면 취직이 안 되던게 이나라였다. 지금도 천대받고 괄시당하기는 마찬가지고. 어찌 좀 도움이 됐냐?』

"한강' 1권 p165~170

이런 사실은 초중고를 다니면서 사회시간이나 다른 수업시간때 한번도 들어보기 않았기 때문에 처음 알게 되었습니다. 제가 역사쪽에 관심이 별로 없어서 그런지도 모르죠. 아무튼 모르고 넘어가기에는 너무나도 어이없고 분통한 사실들인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