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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품출시 앞당겨라” 이건희는 아직도 스마트폰을 이해하지 못했나?

뽕다르 2010. 5. 11. 00:01


삼성은 스마트폰 글로벌 야심작 '갤럭시S'도 시장에 조기 투입한다. 갤럭시S는 올 여름 판매가 예상되는 애플의 아이폰 4G와 함께, 가장 주목해야 할 스마트폰이다. 당초 글로벌 시장에 3분기, 국내에서도 빨라야 6월께 출시가 예정돼 있었는데, 삼성은 제품 출시를 이달로 앞당기기 위해 총력을 기울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기사링크] [클리앙 링크]

삼성전자 이건희 회장이 최근 "경영 환경이 무섭게 급변하고 있다. 품질을 담보로 주력 제품 출시에 속도를 더욱 내야 한다"라는 말을 통해 발빠른 시장 대응을 강조 했다고하네요. 이와 관련해 스마트폰 제품에 있어서는 갤럭시S가 예정되었던 것보다 빨리 시장에 출시할거라고 합니다. 이 발언과 관련해 몇가지 생각해 볼 점들이 있는것 같네요.

이건희는 스마트폰을 이해하지 못했나?

스마트폰의 출시 날자를 갑자기 당긴다는 말은 제품의 품질의 어느정도 포기한다는 말입니다. 스마트폰은 기존의 피처폰과는 달라서 하드웨어가 갖춰진다고 해서 끝나는게 아닙니다. 그위에 OS가 올라가고 OS 위에 수많은 어플리케이션이 실행되기 때문에 충분한 SW 검증과정을 거쳐야 합니다. 일명 버그 잡기죠.

저는 솔직히 스마트폰을 직접적으로 개발해 본적이 없기 때문에 직접적으로 이런 어려움을 경험해 보진 않았습니다. 하지만 여러 커뮤니티와 지인들의 얘기를 들어 보면 요즘 스마트폰 개발에 있어서 가장 어려운것이 바로 버그잡기/최적화 문제라고 합니다. 특히나 단순히 예전의 코드를 조금만 바꿔가며 새로운 제품을 찍어 내던 피처폰 개발환경과 사고 방식에 익숙해져 있었고, 또 새로운 환경으로의 변화한 초기 단계라 더 힘들죠.

더구나 소프트웨어 개발은 개발인력을 많이 투입한다고 해서, 돈을 많이 투자 한다고 해서, 개발자를 쪼아 댄다고 해서 뚝딱 튀어 나오는 그런 단순한  산물이 아닙니다. 수많은 실패와 오랜 투자를 통해서만 어느정도 시스템이 구축되어서야 서서히 결과를 보이게 됩니다. 품질을 담보로 제품을 빨리 출시해라는 말은 최소한 이런 스마트폰, SW 개발에 대해서 전혀 고려하지 않은 혹은 전혀 이해하지 못한데서 나온 발언이 아닌가 생각되는군요.

아이폰이 무서워...?

갤럭시S의 조기 출시에는 아이폰 4G가 출시되기 전 시장을 선점하겠다는 의도가 깔려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아이폰이 한국에 출시되기 전 온갖 마케팅을 동원해 아이폰 대기 수요층을 어느 정도 흡수 하려는 거죠. 지난 옴니아2 때를 생각해 볼면 될것 같습니다.

하지만 아이폰2때와 같이 언론을 통해서는 아이폰 대항마라며 큰소리 빵빵 치지만 정작 아이폰과의 정면 승부는 피하는 듯한 인상은 지울수가 없네요. 정말 자신있다면 충분한 SW 검증을 거쳐 시장에서 인정 받을 만한 제품을 들고 나와 아이폰과의 정면대결을 할 배짱 정도는 있어야 하지 않을까요? '제일주의'는 어디가고 시장에서 빨리 출시하는것 말고는 답이 없어 보이는 듯한 이런 식의 마케팅 놀이는 아이폰을 무서워하는 삼성 처절함을 보여주는것 같네요.

신제품 출시 주력 = 이전 제품은 신경안쓰겠다?

얼마 전 "삼성, LG는 절대 아이폰을 넘어 설 수 없다" 라는 글을 통해 1년에 40종 일주일에 1대꼴로 스마트폰을 개발한다는 말은 이미 출시한 스마트폰에 대해서는 관심을 가지지 않겠다는 말이고, 이런 방식으로는 애플을 이길 수 없다고 소개한적이 있습니다.

이번 경우도 똑같은것 같네요. 신제품 출시일정을 당기겠다는 말은, 신제품 개발에 올인하겠다는 말이고, 이는 기존에 출시한 스마트폰에 대해서는 상대적으로 지원이 줄어들거나 없어질것이라는 말입니다. 똑같은 경우는 아니지만 옴니아때도 그랬죠. 옴니아2가 나오면서 옴니아1에 대한 지원은 뚝 끝겼습니다. 이것때문에 말이 엄청 많았고 지금도 해결되지 않고 계속 문제가 제기되고 있죠. 이건희 회장의 위와 같은 발언대로라면 얼마 전 출시한 갤럭시A 역시 옴니아1 꼴 나는건 시간 문제입니다.

빨리빨리를 좋아하면서 왜 중국의 Apad에는 뒤지나?

애플에서 아이패드가 출시되고 얼마 지나지 않아 아이패드 짝퉁이 시장에 등장하기 시작했습니다. 독일의 Wepad에서 중국의 Apad입니다. 하지만 이 제품들 모두 짝퉁이라고 하기에는 충분한 퀄리티를 보여주고 있고, 가격도 저렴합니다. 무엇보다 아이패드가 출시되고 얼마지나지 않아 제품을 출시했다는게 더 대단합니다.

이런 전략은 삼성이 성장기에 많이 사용하던 방식이죠. 시장의 흐름을 파악해 비슷한 컨셉으로 빨리 제품을 출시함으로써 시장 점유율을 높이는 거죠. 하지만 그건 예전 성장기때의 예기입니다. 지금은 그럴 위치도 아니거니와 이젠 중국이 그 자리를 더 굳건히 차지하고 있습니다. 적어도 빨리빨리가 먹히는 시대는 끝이 났다고 봅니다.

대부분의 기업들은 다른 회사의 제품보다 아주 조금 좋은 제품, 아주 조금 싼 제품, 아주 조금 기능이 추가된 기능의 신제품으로 시장에 대응하려 합니다. 일류를 자부하는 삼성도 이와 다를바 없죠. 이런 기업들은 결코 애플처럼 새로운 시장을 열고 시장을 이끌어 가진 못한다고 봅니다.

아무튼 이건희 회장의 한 마디가 많으것을 알려주는것 같네요. 삼성이 과연 스마트폰 시장에서 '기타'를 벗어 날 수 있는지 한번 지켜보도록하죠. 결국은 비싼돈 주고 제대로 된 제품 못쓰고 피해는 소비자에게로 가지 않을까 씁씁할 생각이 드는군요.